(아래 글은 포브스 8월호에 기고한 글의 원본입니다. 포브스에 실린 글은 다음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jmagazine.joins.com/forbes/view/340175
“밤은 어두웠고 바다는 먹물처럼 검었다. 뒤척이며 밤을 보냈고, 감각은 긴장하고 있었다. 육지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달이나 별도 없었으며, 주위는 완전히 어두웠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배의 길이나 갑판의 너비조차 알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을 감싸는 검은 어둠에 우리는 완전히 둘러싸여 있었고, 그것이 유발한 불안은 깊었다.”
허먼 빌의 유명한 소설인 ‘모비딕’에 나오는 묘사이다.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가끔은 차갑고 짙은 어둠이 내린 밤 바다에, 홀로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때가 있다. 회사 성장을 더디게 하는 것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료도 찾고, 경험 많은 선배님께 조언도 청해보지만, 분명한 답이 있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지도는 모험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관광객을 위한 것’ 라는 말처럼,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찾아 목표로 향해가는 모험을 하는 기업이라면, 어디에도 지도가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상황이야 어떻든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보이면 바로 해결책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해결을 위한 여러 방법이 있을 때, 그 중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시간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스타트업에서 의사결정이 더욱 어려운 이유는, 이것이 회사의 장.단기적인으로 모두 빠른 성장을 위한 ‘올바른 선택’인지, 회사라는 무게를 진 대표나 경영진의 ‘어쩔 수 없는 타협’ 인지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때 중요한 것이 바로 미션과 비전이다.
시장은 언제나 변하고, 그에 따라 우리의 상황과 가용자원도 늘 변한다. 하지만 회사가 사업을 하는 목적인 미션과 비전은 변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회사의 미션과 비전은, 어려운 선택의 시기일수록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북극성이자, 앞이 깜깜해 보이는 지금 이 순간 어디를 디뎌야 하는지 알려주는 등불이 되어준다.
다시 올바른 ‘선택’과 ‘타협’의 관한 문제로 돌아와서, 어떤 결정이 미션과 비전을 이루기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스스로 납득이 된다면, 그건 타협이 아니라 ‘선택’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대표나 회사가 견디어 내야 할 현실을 좀 더 편하게 하기 위해서 라던가, 또는 대안 중에서 실패 확률이 적어 보이고, 뭔가 보험처럼 느껴져서 선택한다면 그것은 현실과의 타협일 수 있다.
회사의 미션과 비전에 역행하는 현실과의 타협이라면 잘되야 갚아야 할 ‘빚’이요, 많은 경우 나중에는 ‘독’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남들이 흔히 도전하지 않는 사업을 성공시켜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꿈을 가진 대표라면,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미션과 그것이 구현된 비전의 모습을 명확히 세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의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미션을 가진 사업은 원래 어려운 것이다. 모르고 시작했다면 바보이고 (나를 비롯한 일부 대표들은 처음엔 바보였기에 사업을 시작하는 것 같다.) 알고 시작했다면, 아니 이제서야 알았다면, 자신이 내건 비전이 결국 이루어질 것이라 믿고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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