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포브스 6월 호에 기고한 글의 원본입니다. 포브스의 글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jmagazine.joins.com/forbes/view/339882)
주말에 자전거를 타러 한강에 갔다. 서울시 공유자전거를 빌리러 대여소에 갔는데, 한강 근처여서인지 남은 자전거가 없었다. 돌아서려던 나는 이름 대면 알만한 브랜드를 가진 유명 스타트업이 운영하는 공유 전기자전거를 발견했다. 그냥 돌아가기 아쉬운 마음에, (처음 타면 무료라는 광고 깃발에 혹하기도 해서) 회원 가입을 하고 한번 타 보았다. 페달을 한 번만 밟으면 주욱 나가는 전기자전거가 신기하긴 했지만, 아마도 나는 다시 전기자전거를 타지는 않을 것 같다.
전기자전거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전기 자전거가 처음이긴 했지만, 타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대학 시절 나는 바이크를 몰기도 했고, 일반 자전거는 두 손 놓고 핸들을 꺾을 정도로 능숙하니 말이다.
문제는 전기 자전거를 타던 도중에 갑자기 원인 모를 ‘따다다다다닥~’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뭔가 이물질이 바퀴와 앞 커버 사이에 꼈나?’ 생각 했다. 그러나 소리만 날 뿐 타는 데 지장도 없기도 했고, 또 금방 소리가 없어지길래 그냥 탔는데, 조금 지나면 다시 ‘따다다다닥~’ 소리가 났다.
뭔가 하고 살펴 봤더니… 자전거 앞 바구니에 회사의 로고가 그려진 작은 판을 타이로 묶고, 나사를 받아 조여서 붙여 놓은 곳에서 나는 소리였다. 평지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도로에 작은 균열이라도 있어서 앞 바퀴에 작은 충격이라도 가해지면, 소리가 어김없이 났다. 소리의 원인도 알았고,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전기 자전거를 타던 30분 내내 한 번씩 들리는 ‘따다다다다닥” 소리는 더 이상 전기자전거를 타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아마도 바구니 앞에 붙인 로고가 그려진 판은 해당 브랜드를 인지시키기 위해 모든 자전거에 일제히 붙였을 것이다. 그리고 부착이 잘 되었는지 시험 해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판자를 붙인 마케팅 담당자도, 제품을 담당하는 기술 책임자도, 그 자전거를 타고 실제로 거리를 한 바퀴 돌아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논리적으로는 작은 판 하나 붙인다고 해서, 자전거를 타며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기 어려울 것이니 말이다. (자전거를 반납한 나는 그 브랜드의 모든 자전거 바구니에 같은 형태로 그 판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과거 우리도 서비스를 운영하며 유사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서비스를 업데이트하고, 아무런 새로운 기능적 변화가 없었는데, (심지어 개발적 개선이 있었는데) 고객의 사용 시간이 약간 감소했다. 몇몇 오래된 하드유저들에게 불편한 점은 없냐고 물어봐도, 다들 없다고 한다. 뭔가 하고 내가 들어가서 수 십번 서비스를 쓰고 보니, 가끔씩 대화가 끝나고 화면이 꺼졌다가 켜지며 아주 살짝 (0.5초쯤) 상대방이 다시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기본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준 것도 아니니 처음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한 유저가 ‘어’ 하며 놀라는 표정을 보고, ‘이거구나’ 싶었다. 우리는 고객 경험에 아주 작은 토씨 하나 같은 불편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고객은 그것을 말하지 않고, 기억하고 있지도 않았겠지만, 그 고객의 경험은 사업에 반영된다.
경험과 거기서 얻은 느낌은, 밖에서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팀 자체가 고객의 경험을 느껴봐야 한다. 에피소든 팀은 매주 최소 4시간 이상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왜냐하면 고객과 같은 경험을 하며 고객과 소통하면서 얻는 원초적인 느낌들은 결국 팀원들이 실무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사업의 성공은 결국 고객을 얼마나 ‘만족’ 시키느냐에 달려있다. 그리고 ‘만족’이라는 것은 애당초 이성적인 논리의 영역이기 보다는, 감성적인 경험의 영역이다. 고객 경험이 결국 사업의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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