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몇 달 전에 본 일이 생각났다.
어떤 중대에 신병이 왔다. 신병을 받은 소대장이 초도면담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소대장은 신병에게 물었다. “군대에서 선임한테 맞으면 어떻게 해야 하냐?” 사회에서 체대를 다녔다는 신병이 대답했다 “잘못해서 맞는 거면 맞아야 합니다.” 그러자 그 소대장은 기뻐하며 신병에게 말했다 “오래간만에 맞는 얘기를 하는 놈을 봤네.” “이유 없이 때리지는 않을 거아냐, 맞을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때리는 거야.”
현재 우리나라 군대는 겉으로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군대를 표방한다. 그러나 실제 군대를 움직이고 있는 군대의 상당수의 간부들의 의식은 저처럼 별로 합리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못하다. 규정이나 법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상 그들의 머리 속에는 하급자나 병사들에 대해 규정에 입각하여 정당히 대우하기 보다는, 자기보다 계급이 낮은 사람이므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상식에 비추어보기에는 “때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때려야 한다” 라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의 상식이 그리고 그의 이유라는 것이 도저히 정상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 병영국가도 아니고 계급주의 사회도 아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법치주의에 따라 다스려져야 한다. 만약 군대이든 사회이든 누군가가 잘못을 했다면 상급자가 자의적인 판단하여 때릴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잘못에 대한 합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아직도 “사람은 때려야 말을 듣는다.”라고 생각하고, 자기가 먹은 식기를 병사가 치우고 자기 군화를 병사들에게 닦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당수의 군 간부들의 상식이, 아직도 내게는 전혀 상식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어느덧 시간을 흘러서 내 군생활도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다. 수긍하기 어려운 사고방식을 가진 이 집단에서 한때 참 많이 부딪쳤고 그 때문에 홀로 윗사람들과 힘들게 싸워야 했었던적도 있었다. 그렇게 1년과 10개월이 지났지만, 다행이 아직 상식에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곳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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